잘 다려진 정장을 갖춰입고 도시 속의 고층 빌딩 사무실로 출퇴근하는 한 회사원. 하지만 그는 청부받은대로 살인을 하는 사람이다. "일"을 할때를 제외하면 거리를 걷는 그의 모습은 전혀 특별할 것 없는 직장인의 모습이다.
회사원은 사실 직업이 아님에도 그냥 회사 다닌다는 의미로 회사원이라는 말을 많이 쓴다. 그 일의 내용이 무엇인지 밝힐 필요도, 알 필요도 없는 참 편리한 단어인 것도 같다. 영화 속에서 이 회사원들은 살인이라는 "일"을 하고, "해고"당한다는 것은 곧 죽음을 의미한다. 살인, 죽음이라는 충격적인 소재를 제하고 보면 현실에서 일하고 해고를 당하기도 하는 회사원들의 이야기도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.
직장에 다니는 사람들은 아침에 일어나 바쁘게 출근하고, 일하다가 퇴근해서는 과중한 업무로 인한 피로로 쓰러지고는 다음날 같은 걸 반복한다. "일"에 조금이라도 지장이 있다면 연애도, 가족도 용납되지 않고, 심지어 해고되기도 한다. 요즘같은 취업난에 우리나라같이 사회보장이 제대로 갖춰져있지 않은 사회에서 해고는 결국 죽으라는 소리냐는 말이 절로 나올 수 밖에 없다. 이 영화 속의 이사처럼 회사의 높은 분들은 가족도 챙기고 자신의 행복도 누리면서 직원들에게는 희생을 강요하는 회사, 영화 속의 이야기일 뿐이라고 할 수는 없는 것 같다.
하지만 더 암울한 것은 연애 좀 하겠다고, 가족 좀 챙기겠다고, 혹은 회사의 뜻과 반해서 사직하겠다고 해서 받는 불이익때문에 회사에 보복해서 심지어 망하게 만드는 그런 일은 삼성 반도체 공장 일이나 쌍용차 노조의 일을 볼때 영화속에서만 가능한 일로 보인다는 것이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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